다음 아고라에 성적 조작을 한 아이를 둔 아빠의 고민이 있어 답변을 남겼다.
쓰다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저도 작년에 중학교 2학년인 반 아이의 성적 조작을 부모님께서 발견하셔서 부모님과 긴히 상담한 기억이 있어 답변 남깁니다.
그 때, 어머님께 제가 드린 말은, 따끔한 훈육과 깊은 신뢰를 아이에게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까지의 아이는, 정체성을 찾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나는 누군가"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있고,
친구와 부모님으로부터 듣는 말들이 그 답일 경우가 많습니다.
성적 조작의 가장 큰 원인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결론 중 "학업"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이질감에 의한 좌절에 대한 직면이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나, 그리고 내가 원하는 나, 는 "어느 수준 이상의 성적을 잘 받는 나"일 텐데
그것에 대해 자꾸 좌절하게 되고,
결국에는 성적 조작이라는 사단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겠죠.
학부모님들을 뵐 때마다, 항상 드리는 당부 말씀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어떠한 조건(높은 성적, 외모, 재력, 도덕성 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충분히 존귀한 사람이라는 것,
즉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인 자존감에 대해 늘 생각해주시고 아이에게 인지시켜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원론적인 이야기였구요.
작년에 성적 조작을 한 학생은 공부를 제법 잘 하는 학생이었구요.
생활 태도면에서 보나 생각 면에서 보나 참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중간 고사를 평소보다 훨씬 더 잘 봐 부모님도 많이 기뻐하시고,
저도 그 노력에 대해 많이 칭찬했었죠.
그런데 그것이 독이 되었는지 기말고사 때
이전 중간고사는 커녕 직전 학년에서의 시험보다 성적이 월등히 떨어지고 괴로워 하다가
결국에는 성적 조작이라는 일을 저지른 것이죠.
그 때, 부모님과 내린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아이에게 그런 일을 벌인 것에 대해 차분히 묻는다.
(중간에 흥분해 말을 끊거나, 과한 공감을 해서는 안됩니다.)
2. 아이의 말을 다 듣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정리하고, 아이에 심정에 공감을 표현한다.
혹시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사과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네가 "시험에 대해 최선을 다한 노력의 대가"로 높은 중간고사 성적을 받아 기뻐하고 칭찬했던 것인데, 그 칭찬이 자칫 "공부잘하는 아들"만 좋아하는 것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어, 그 때 아빠가 그런 오해의 여지가 있게 말한 것에 대해 미안해.)
(많이 열린 아이일 경우, 그동안 부모에게 서운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음, 정말 의외의 상황에 아이가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음, - 아침에 깨우는 방법부터 해서, 핸드폰에 대한 터치, 식습관에 대한 터치 등 , 다 들어주고 "그런 것들이 서운했구나" 라고 우선은 인정하고 사과합니다. - 이 일에 대해 하나하나 자잘못을 따지고 이야기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으니, 지금 말고 다른 날 부모님의 입장에 대해 정리해주세요.)
3. 사건의 본질(성적 조작)에 대해 단호하게 옳고 그름을 따진다.
- 앞에서 아이에게 사과 했다고 해서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은 어른으로 분명히 가르쳐 줘야 합니다.
- 절대 평소 아이에게 서운했던 것에 대해 꺼내서는 안되고 오롯이 "성적 조작"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합니다.
- 아이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기~~~~~~~~~~~인" 잔소리 입니다.
- 이 과정이 훈육을 하는 입장, 이나 듣는 입장, 이나 괴로운 과정이지만
- "그래서 네가 잘했어? 잘못했어?, " "잘못했다고? 다시는 그러지마" 와 같이 간단히 끝내서는 안됩니다.
- 기이인~ 잔소리에 대한 팁을 드리자면
- 우선 정직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 정직의 중요성,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에 대한 위험,에 대한 요지로 여러 사례들에 대해 나열합니다.
- 이로 인해 상처 받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심정에 대한 이입,
- 아이가 이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가지고 갈 수치심,
- 양심을 지키는 것에 대한 당위성, 나 자신에게 가장 정직해야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
- 등등등...
4.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아이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 우선 이 일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듣습니다.
그냥 잘못했습니다. 가 아니라, 이 일이 왜 잘못 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반성문"의 형태로 글로 들어도 좋습니다. -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 이 일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묻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정해주는 것보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체벌, 집안일 돕기, 게임 시간 줄이기, 등등이 있을 수 있으나, 절대 먼저 부모님 입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도록 합니다.)
5. 이렇게 한 번의 과정만으로 아이가 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죠?
이미 중학생은 부모의 원함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 때입니다.
미성숙한 부분도 있지만, 이미 모든 가치관이 성립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직 "지속적인 대화"만이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 저 같은 경우는 "나를 전하는 이야기"를 기간을 정해(30일 이상) 일기처럼 쓰고 피드백을 해줍니다.
주제는 "나를 소개합니다", "부모님이 보시는 나", "내가 좋아하는 게임" 부터 시작해서 일상의 이야기까지 정해주고
꼭 피드백에는 "그런 너도 아빠는 사랑해." 라는 등의 무한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절대 빼먹어서는 안되고 늦게 퇴근하더라도 꼭 확인하고 "글"로 아빠의 사랑을 남겨주세요.
- 요즘 아이들 글 쓰는거, 특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굉장히 어색하고 서툽니다.
체벌이나, 게임 시간 줄이기 등 물리적인 벌보다 더 괴로운 벌이 이것입니다.
짧게 다섯줄, 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길어져도 괜찮고,
아이가 괴로워 하면 이 "성적 조작"에 대해 아빠가 내리는 "벌"이라는 것으로 당위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6. 다시 한번, "성적 조작"을 한 아이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입니다.
이 일에 대한 것은 그 동안 00가 느낀 부담때문이고,
이 일로 마음 고생 많았을 00 생각하니 아빠 마음도 무척 아프고,
00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빠 아들임은 변함이 없고,
성적에 관계 없이 아빠는 00를 사랑하고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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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했듯 저희 반 아이는 워낙 모범적이고 생각이 건강해서,
이 모든 것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무한한 "신뢰'입니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아이와 지속적인 대화는 꼭 해주세요.
이 모든 일을 통해서 더욱 성장할 아이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기대하며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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